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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다르지 않은 약간 늦게 끝난 퇴근 시간에 건물 밖을 나서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빌딩에 가려져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위에 바로 떠있던 가로등때문에 눈이 부셔 얼른 땅으로 시선을 내렸다. 젖은 듯이 보이던 길거리에서 습기가 살짝 느껴졌다. 바람이 불지만 시원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향해 걷다가 에이, 걷지 뭐, 하며 방향을 틀었다. 왠지 걷고 싶은 저녁이었다.
거리를 조금 걸으니 금새 하늘이 보였다. 주변 건물들의 높이가 살짝 낮아졌기 때문일까. 하늘은 7월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한 여름에 파란 하늘이었는데 이제는 캄캄해져 빛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이 되었다. 다른 걷는 사람들에게 담배냄새가 혹여나 방해가 될까 얼른 차도쪽으로 몸을 내려놨다. 그리고 잠시 서서 옆 건물 쇼윈도에 걸쳐있는 나의 그림자를 보았다.
익숙한 내 모습이다. 허나 가운데 가슴엔 구멍이 뚫려있는 듯 창 건너에 진열되어있던 가방이 보인다. 한번 피식 하고는 다시 가던길을 간다. 아무래도 외로움이 하늘 끝까지 차서 줄어들줄 모른다고 속으로 생각하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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