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목표를 정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희열을 느껴본 적이 드물었다. 주어진 일이나 해내고, 할 수 있는 일들만 해야 했던 삶의 방식이 인이 되어 박혀버린 지금. 나름의 해놔야 할 '그 나이에 필요한 것들'은 다 있는 것 같지만 가장 큰 자산인 '여유'에 대한 사용법을 깨우치지 못했다. 인터넷의 짧은 영상들이나 글들은 지금의 여유를 즐기고 無의 형태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알려주지만, 가만히 있는 것=안주하는 것=도태되는 것이라는 공식은 죽을 때 까지 내게 남을 습성인 것 같다. 내 취미가 무엇인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너무 자극적인 것에 빠져사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주 깊이 고심해봐야 할 문제다.
비행이라는 건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여 맛있는 밥을 먹는 일, 뮤지엄에 가서 작품들을 구경하는 일,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 놓은 카페를 찾아서 맛있는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일, 길거리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는 일 같이 설레임을 그려가는 것과 같다.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고, 향기를 기억으로 새기면서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 좋다. 하늘을 기억하고 나무를 기억속에 그려넣는다. 같은 장소가 희미하기 눈 속에 들어 올 때에 그 느낌이 살아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로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이란 정확하지 않음을 안다. 기억은 언제나 다른 것들로 교체되고 아름다운 장면들만 남을것이다. 여행에 비가 와서 돌아다니지 못했던 기억이라던가, 길을 잃고 헤메이던 것, 갈 곳을 정하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