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목표를 정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희열을 느껴본 적이 드물었다. 주어진 일이나 해내고, 할 수 있는 일들만 해야 했던 삶의 방식이 인이 되어 박혀버린 지금. 나름의 해놔야 할 '그 나이에 필요한 것들'은 다 있는 것 같지만 가장 큰 자산인 '여유'에 대한 사용법을 깨우치지 못했다. 인터넷의 짧은 영상들이나 글들은 지금의 여유를 즐기고 無의 형태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알려주지만, 가만히 있는 것=안주하는 것=도태되는 것이라는 공식은 죽을 때 까지 내게 남을 습성인 것 같다. 내 취미가 무엇인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너무 자극적인 것에 빠져사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주 깊이 고심해봐야 할 문제다.
비행이라는 건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여 맛있는 밥을 먹는 일, 뮤지엄에 가서 작품들을 구경하는 일,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 놓은 카페를 찾아서 맛있는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일, 길거리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는 일 같이 설레임을 그려가는 것과 같다.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고, 향기를 기억으로 새기면서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 좋다. 하늘을 기억하고 나무를 기억속에 그려넣는다. 같은 장소가 희미하기 눈 속에 들어 올 때에 그 느낌이 살아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로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이란 정확하지 않음을 안다. 기억은 언제나 다른 것들로 교체되고 아름다운 장면들만 남을것이다. 여행에 비가 와서 돌아다니지 못했던 기억이라던가, 길을 잃고 헤메이던 것, 갈 곳을 정하지 못해..
1. 라디오를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점심 전후로 심야라디오를 듣고 있자니, 예전 밤에 노래 테이프에 녹음해가며 듣던 생각도 나고, 사연들에 공감하며 지내던 그 밤들이 그리웠다. 다이얼을 돌려서 맞춰가는 그 차분함이 이제는 없고 그저 손가락 탭 몇번에 듣게 되는 디지털 라이프가 왠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좋다. 한국의 그 밤 시간의 차분함이 나에게도 전달이 되는 듯 해서.. 2. 류이치 사카모토 공연을 예약했다. 다행히도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휴. 사실 무작정 예매 해 놓고 나중에 같이 갈 사람을 찾던 팔던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였는데, 그 녀석에게 고마워졌다. (자기도 좋아하니까 가는거겠지만) 기대된다. 얼마만에 가는 공연인지 모르겠다. 5월 6월 7월 모두 공연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