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취했다. 아까 먹은 술이 벌써 목안에서 맴돈다. 토악질은 아까 다 했는데. 영역표시하는 개새끼마냥 거리 한 곳에. 계속 중얼거리는 욕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내 귀 옆에서 울리는 것 같다. 어째 술만 마시면 남 이야기가 그렇게 잘 들리는지. 평소에 듣지도 못하는 녀석인데. 오늘도 누구를 만나고 어제도 만났고 내일도 아마 만나겠지만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 같지 않았고, 말일이 말일같지 않은 겨울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즐겨도 즐기는게 아닌 그 감정들. 아무 느낌이 없는 그 상황과 분위기들. 그저 맞춰가기만 했을 뿐. 알지 못할 차가움만 어디선가 올라오는걸.
벌써 아무 말이 없은 지 20분째다.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저 묵묵히 밥을 먹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일요일 아침의 분위기에 맞춰 조용한 음악을 간간히 틀어주고 있었다. 마치 세상을 고요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같이. 서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어떻게 틀어졌는지 찾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끝이란 것이 보이게 되었기 때문일까. 갑자기 눈물이 핑글 돌았다. 순간적으로 그대의 눈을 보았지만 내 눈과는 멀어진 지 오래였던 듯, 그대도 테이블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혹여나 들킬까 꾸역꾸역 밥을 입속으로 넣었다. 평소 조절되던 내 모습이 아니다. 평정심을 찾으려 그렇게 노력을 해봐도 되는게 하나도 없다. 젓가락에 집히는대로 입속에 집어넣지만 결국 눈물이 떨어진다. 탓을 돌리고 싶지도 않다. 아..
표현에 인색한 나로써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은 억울할 때가 있다.